독서/독후감 *^^*

살고 싶다는 농담 (저자: 허지웅)

Felix89 2020. 12. 18. 23:50

Part 1.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 /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론이 아니라 결심이다 / 다시 시작한다는 것 / 천장과 바닥 / 불행에 대처하는 방법 / 만약에 / 당신 인생의 일곱 가지 장면 / 8층으로 돌아가다 / 기억 1- 존 허트, 나는 사람입니다.

 

Part 2. 삶의 바닥에서 괜찮다는 말이 필요할 때

믿지 않고, 기대하지 않던 나의 셈은 틀렸다 / 미시마 유키오와 다자이 오사무의 전쟁 / 선한 자들이 거짓말을 할 때 / 우리는 언제나 우리끼리 싸운다 / 악마는 당신을 망치기 위해 피해의식을 발명했다 / 스스로 구제할 방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 삶의 바닥에서 괜찮다는 말이 필요할 때 / 기억 2- 김영애, 그녀는 아름답고 위태로웠다.

 

Part 3. 다시 시작한다는 것

바꿀 수 있는 용기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평정 / 기억 3 – 조지 로메로, 절대 멈추지 않았던 사람 / 가면을 벗어야 한다는 질문 /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이름 / 보통사람 최은희 / 순백의 피해자는 없다 / 불행을 동기로 바꾼다는 것 / 포스가 당신과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말


 오랜만에 쓰는 독후감이라고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정말 1달 만에 쓰는 독후감이다. 한 달 동안 틈틈이 이 책 저 책 조금씩 읽느라 진도가 많이 나가지 못했던 것 같다. 사실 다른 책을 먼저 읽고 있다가 눈에 들어와서 먼저 다 읽어버리게 된 책이다. 제목 자체도 살고 싶다는 농담이라니 뭔가 꼭 읽어야 할 거 같았다.

작가 허지웅 씨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방송을 통해서 알고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다른 작가들보다는 뭔가 가깝게 느껴졌다. 방송에서 림프종을 진단받고 항암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들었었고, 아마도 즐겨보는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도 완치 후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이렇게 힘든 경험을 하고 난 이후 저자는 어떤 생각으로 책을 집필했을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읽었다.

 Part 1에서는 천장과 바닥에 대한 묘사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저자가 항암치료를 하던 중에 힘들었던 저녁, 어느 날에 대해서 기술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 감정들에 대해서 완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었었고, 정말 죽고자 마음먹었을 순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만약 당신이 살기로 결정한다면, 천장과 바닥 사이의 삶을 감당하고 살아내기로 결정한다면, 더 이상 천장에 맺힌 피해의식과 바닥에 깔린 현실이 전과 같은 무게로 당신을 짓누르거나 얼굴을 짓이기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 있다….”라는 부분이 가슴 속에 남았다. 천장과 바닥이라니 일상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진정 현실세계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멋지기도 했고나는 아직 젊고 망하려면 멀었다고 다시금 생각해보기도 했다. ‘불행에 대처하는 방법에서는 요컨대 불행의 인과관계를 선명하게 규명해보겠다는 집착에는 아무런 요점도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라는 내용이 가장 인상깊고 마음에 남았다. 이 부분을 인터넷 책 소개에서 읽고나서 책을 구매하게 되었던 기억도 난다. 항상 힘든 일을 겪고 나면 나에게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지나간 일들은 그대로 떠나보내고, 감당하면서, 견디어 가는 것이 삶인 거 같다. 다만, 힘든 일의 원인 중에 나의 실책이 있다면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하는 것은 틀림없다.

Part 2의 시작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평정심과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 밝은 눈을 갖게 되기를…’이라는 기도문의 인용이 또 기억에 남는다. 멋있으니 영어로도 한 번 적어보고 싶다. “Give us grace to accept with serenity the things that cannot be changed,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that should be changed, and the wisdom to distinguish to one from the other – Karl Paul Reinhold Niebuhr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어렵기에 마음에 와 닿았던 게 아닐까 싶다. 또 기억에 남는 부분으로는 결국 우리는 우리가 가진 가장 멋지고 빼어난 것들 덕분이 아니라 언제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오래된 선행들 때문에 구원받을 것이다.” 라는 구절이었다. 세상의 지혜를 많이 얻을 만큼 오래 살진 않은 것 같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행복을 가장 많이 느꼈을 때는 역시 조그마한 선행을 주고받았을 때인 거 같다. 굉장히 소소하고 작은 일들이 때로는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거대한 기둥이 되곤 한다는 사실은 경험한 적이 있다. 오히려 끊임없이 노력해서 얻어낸 거대한 성공은 잠시의 기쁨과 성취감이 있기는 했지만,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성취를 위해서 노력하면서 점차 잊어버리곤 했던 거 같다. 이런 커다란 성공, 멋지고 빼어난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선행들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기억하고 살아야겠다. ‘악마는 당신을 망치기 위해 피해의식을 발명했다.’는 부분도 굉장히 공감하며 읽었다. 시작하면서 나오는 부분 자기 삶이 애틋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 이와 같은 현실을 두고 누군가는 자신을 향한 평가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킨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죽을힘을 다해 그걸 해낸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한다. 반면 누군가는 끝내 평가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자신과 주변을 파괴한다.”라는 구절은 이를 잘 풀어낸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이타적이라고 알려진 사람이라도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고통은 누구에게나 더 크게 느껴지고, 다른 사람들은 항상 행복할 거라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다는 생각과 함께 나 자신의 일에만 몰입하게 되면 그 때부터 주변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마저 망쳐버리게 되는 것 같다. 피해의식항상 주의하면서 살아야겠다. 니체의 이야기에서는 이것이 삶이었던가? 좋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이라는 말이 와 닿았다. Part 2의 마지막 장에는 천장과 싸워 이긴 자들, 그리고 바닥과 싸워 이겨본 자들만이 오직 천장과 바닥 사이에 펼쳐진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겸허하고 담대한 마음으로 타인을 돕고 스스로를 구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말은 part 12를 아우르는 멋진 말인 거 같다.

 마지막 part 3에서는 또 라인홀드 니부어의 기도문으로 시작되는데, 다시 읽어도 정말 좋은 기도문인거 같다. Part 3에서는 가면을 벗어야하냐는 질문부분이 인상깊었다. 상황에 따라 맞는 가면을 쓸 줄 하는 것을 소중하다고 저자는 말했다. 살다 보면 때때로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억지로 웃음짓고 넘어가야 하는 상황들이 종종 발생하는 것 같다. 가끔은 이럴 때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사람들이 멋있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나 역시도 적당한 가면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인상 깊게 남았던 거 같다. 한편, 저자의 전작 버티는 삶에 관하여’ (역시나 제목이 너무 멋있는 거 같다!)의 구절이 인용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상처는 상처고 인생은 인생이다.”라는 말도 또 가슴에 남았다. 역시나 힘들지만 벌어진 일들은 벌어져버린 것이고…. 이를 잘 극복하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장은 포스가 여러분과 함께…”로 마무리되었는데, 저자도 재발없이 건강하게 지내면서 또 책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약 일주일 동안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책이었던 거 같다. 워낙 문장들도 개인적으로 좋았다고 느껴졌고, 저자의 폭넓은 지식들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의 다른 책 버티는 삶에 관하여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