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독후감 *^^*

자전거 여행 (저자: 김훈)

Felix89 2021. 8. 23. 22:43

프롤로그

 

꽃 피는 해안선 (여수 돌산도 향일암)

흙의 노래를 들어라 (남해안 경작지)

땅에 묻히는 일에 대하여 (여수의 무덤들)

가을빛 속으로의 출발 (양양 선림원지)

마지막 가을빛을 위한 르포 (태백산맥 미천골)

복된 마을의 매 맞는 소 (소백산 의풍마을)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안면도)

다시 숲에 대하여 (전라남도 구례)

찻잔 속의 낙원 (화개면 쌍계사)

숲은 죽지 않는다 (강원도 고성)

숲은 숨이고, 숨은 숲이다 (광릉 숲에서)

나이테와 자전거 (광릉 수목원 산림박물관)

여름 연못의 수련, 이 어인 일인가! (광릉 숲 속 연목에서)

한강, 삶은 지속이다 (암사동에서 몽촌까지)

강물이 살려낸 밤섬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한강의 자유는 적막하다 (여의도에서 조강까지)

흐르는 것은 저러하구나 (조강에서)

고기 잡는 포구의 오래된 삶 (김포 전류리 포구)

전환의 시간 속을 흐르는 강 (양수리에서 다산과 천주교의 어른들을 생각하다)

노령산맥 속의 IMF (섬진강 상류 여우치마을)

시간과 강물 (섬진강 덕치마을)

꽃 피는 아이들 (마암분교)

빛의 무한 공간 (김포평아)

만령강에서 (옥구 염전에서 심포리까지)

도요새에 바친다 (만경강 하구 갯벌)

바다 한가운데를 향해 나아가는 자전거 (남양만 갯벌)

멸절의 시공을 향해 흐르는 갇힌 물’ (남양만 장덕 수로)

시원의 힘, 노동의 합창 (선재도 갯벌)

시간이 기르는 밭 (아직도 남아 있는 서해안의 염전)

 

책을 펴내며

다시 펴내며


 지난 달에 읽었던 책은 도끼다를 보고나서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이다. 중고서점에서 검색하고 딱 한 권 남아있는 것을 발견해서 바로 구매했다. 내가 구매한 책은 2014년에 새로 펴낸 책이었다. 선명한 색감의 사진들과 비교적 깨끗한 책으로 작가님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누워서 볼 때와 불빛 아래에서 앉아서 볼 때 사진의 색감이 달랐는데, 그 때마다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같아서 신기했고, 좋았다. 1999-2000년의 시간대인지라 지금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그 시절을 살았었던 기억이 있기에 여전히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여러가지 표현들에 감동했고, 마음에 드는 부분은 2-3번씩 반복해서 다시 음미했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대신에 훨씬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주옥 같은 표현들이 정말 많았다. 초반부에 나오는 나물들에 대한 묘사는 책은 도끼다에서도 봤었던 부분이라 반가웠었다. 여러가지 문장들이 많이 나왔었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 부분에 대해서 써보려 한다.

 무덤에 대한 부분에서는 일전에 책은 도끼다에서 한 번 비슷한 표현을 보았었는데 (이 책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여수의 무덤들에 나오는 표현을 적어보려 한다. “살아서 갈아먹던 밭 속으로 들어가 눕는 죽음은 편안해 보였다. 어떠한 삶도 하찮은 삶은 아닐 것이었다. 살아 있는 동안의 기쁨과 눈물이, 살아서 갈아먹던 밭 속에서 따스한 젖가슴 같은 봉분을 이루는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인 것처럼 보인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한 번 느껴보고 생각할 수 있었다.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모순적인 순간의 표현을 너무 아름답게 표현한 것 같다. 비슷한 느낌으로는 여행 초반에 자전거 장비를 잘 준비해야 하지만, 반대로 짐이 무거우면 멀리 갈 수 없다는 부분에서 배낭이 무거워야 살 수 있지만, 배낭이 가벼워야 갈 수 있다. 그러니 이 무거움과 가벼움은 결국 같은 것인가. 같은 것이 왜 반대인가. 출발 전에 자비를 하나씩 빼 버릴 때 삶은 혼자서 조용히 웃을 수밖에 없는 비애이며, 모순이다. 몸이 그 가벼움과 무거움, 두려움과 기쁨을 함께 짊어지고 바퀴를 굴려 오르막을 오른다.”라는 부분도 감동적이었다.

 산에 대한 내용들이 쭈욱 나오는 부분들에서도 몇 가지 문장들이 마음 속 문을 두드렸다. “산다는 일의 상처는 개별성의 훼손에서 온다. 삶은 인간을 완벽하게도 장악해서 여백을 허용치 않는다.”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이런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개성이 무시당하거나, 독립성이 인정되지 않을 때 큰 상처가 되는 것 같다! 바로 옆 페이지에 나오는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짊어져야하는 외로움이었다…” 라는 문장도 왜인지 마음에 들었다.

 이어서 강물이 살려낸 밤섬파트에서 나오는 하류의 소멸이 상류의 시원을 이끌어내서, 신생은 소멸 안에 있다.” 라는 문장도 너무 멋있었다. 신생은 소멸 안에 있다뭔가 다 끝나는 것 같을 때가 또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순간일 때가 있듯이, 자연 속에서 인간의 삶을 찾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양수리에서 다산과 천주교의 어른들을 생각하다편에서 나는 하느님의 심판이 두렵기보다도, 순교와 배교, 순결과 치욕이 겹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 더욱 두렵다.”라는 문장도 또 마음에 와 닿았다. 완벽한 인간은 당연히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양면성이 있고, 그렇기에 이런 순결과 치욕이 겹칠 수밖에 없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 같다. 양면성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는 것이 점차 삶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마암분교 편이 가장 인상깊었다. ‘꽃 피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에서 처럼 여러 아이들을 직접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뜬금없지만 실명인지 궁금해졌다 ㅎㅎ 이 편에서는 여러가지 글귀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그러니 삶은 얼마나 더 가난해지고 얼마나 더 경건해야 옳을 것인가.”라는 부분역시나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뭉클한 감동이 있었다. 이 편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날마다 새로운 날의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있다. 삶 속에서 끝없이 이야기가 생겨난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나는 일인가. 봄에는 봄의 이야기가 있고 아침에는 아침의 이야기가 생겨난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나는 일인가. 봄에는 봄의 이야기가 있고 아침에는 아침의 이야기가 있다. 없는 것이 없이 모조리 다 있다. 사랑이 있고 죽음이 있고 가난과 슬픔이 있고 희망과 그리움이 있다. 세상의 악을 이해해가는 어린 영혼의 고뇌가 있고 세상을 향해 뻗어가는 성장의 설렘이 있다. 여기가 바로 세상이고, 삶의 현장이며, 삶과 배움이 어우러지는 터전이다.”라는 부분에서는 학창시절에 대한 향수가 느껴졌다. 그 때에는 정말 모든 것이 새롭고 너무 재미있었던 것 같다! 물론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 당시의 여러 배움들, 지식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사회 전반의 생활에 대한 부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다는 것이 감동이었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다 읽었던 기억이 얼핏 남아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읽은 책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책은 도끼다에서 나왔던 책들을 앞으로도 좀 더 찾아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