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박구리를 묻어주던 날
당신은 우리와 함께 가야 합니다
바깥이 있었다
사람으로 산다는 것
사용감
실패한 쇼핑의 증거
탈출
꿈에서 본 풍경
겨울 호수와 물수리
달마
재판
끝이 오면 알 수 있어
몸속의 스위치
기계의 시간
고양이가 되다
순수한 의식
아빠의 마음에 찾아온 평화
신선
마지막 인간
작가의 말
오랜만에 읽은 장편소설이었고, 읽는 동안과 읽은 후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다. 끝의 결말에서는 깊은 슬픔을 느꼈다. 종종 세상의 종말이 가까워져 오고, 나 혼자 끝까지 남아 있는다면 어떤 기분일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곤 했었는데, 슬픈 느낌이었다. 주인공 철이는 인간과 가장 유사하게 만들어진 휴머노이드이다. 그는 인간의 몸은 아니지만,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그는 인간인가? 아닌가?’ 하는 근본적인 인간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도 저자는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철이가 세상의 유일하게 남은 인간이라고 생각을 하고 삶을 마무리하였다면 그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닌 인간이라 할 수 있는 것일까? 요즈음은 인공지능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 그런 만큼 빠른 발전을 이루고 있기에 소설책에 나온 내용이 더 이상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훗날 기계나 휴머노이드에게 어느 정도 권리가 주어져야 할지 등의 문제도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책에서 주인공 철이를 둘러싼 중심인물들로는 그를 만들어낸 아버지인 최박사, 복제클론으로 태어난 인간 선이, 수용소에서 만난 민이, 그리고 인간이 멸종하고 기계들의 세상이 오게 되리라 생각하는 달마 등이 있다. 각각의 인물들과 주인공과의 상호작용도 책에서 인상깊은 부분이었고, 특히나 선이와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선이의 세계관도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기억에 남았다. 만물이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 잠시 의식을 가진 존재로 생명체들이 존재한다는 세계관이었다. 그녀는 잠시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살다 간 인물이었는데, 지구의 시간으로 보면 굉장히 짧은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을 대표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캐릭터였다. 비록 노년에는 몸이 약해지고 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죽는 순간까지도 나에게는 강한 생동감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주인공 철이에게도 짧은 시간이지만 강한 기억을 남겼고, 끝까지 함께 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반면, 아버지로 묘사된 최박사는 불안정한 존재이지만 인간으로 죽었다는 것이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어쩌면 나에게도 나중에 기계로 일부를 대체할지 선택지가 주어지게 된다면 최박사라는 인물이 기억에 떠오를 것만 같다. 책은 주인공 철이의 시각으로 전개되고 있었는데, 담담하게 기술되고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더 감동으로 다가왔던 부분인 것 같다.
오랜만에 좋은 소설을 읽었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지 않아도 다가오는 감동과 여운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무언가 멜랑꼴리한 기분이었는데, 정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여운이었다. 조금 더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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