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답장은 우유 상자에
제 2장. 한밤중에 하모니카를
제 3장. 시빅 자동차에서 아침까지
제 4장. 묵도는 비틀스로
제 5장. 하늘 위에서 기도를
오랜만에 읽는 소설이었다.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 받은 책이었는데, 사실 초반부에는 조금 뻔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계속 읽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고, 오랜만에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조금 나왔다. 약간 예전에 읽었던 '원미동 사람들’이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비슷한 느낌으로, 제 1장부터 5장까지 독립적인 이야기가 있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공통된 사건인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상담… 그리고 좀 더 넓게는 환광원이라는 시설과 연관되어 있는 옴니버스식 구성이었다.
첫 장에서는 3명의 환광원 출신의 좀도둑들 고헤이, 아쓰야, 쇼타가 등장한다. 이들은 우연히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공간에 들어가게 되고, 정말 우연한 기회로 펜싱선수로 활동하는 여성의 고민상담을 들어주게 된다. 고민을 상담해주는 이들은 정말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 같고, 그만큼 고민상담도 직설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다만 이들은 2000년대를 사는 사람들이고, 고민을 상담하는 분은 옛날 사람이기 때문에 미래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는 평범한 우리들과는 달리 조언을 하는 데 있어서 사뭇 유리한 점들이 있다. 이들은 본래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가 했던 것 처럼 혼신을 다하지는 못하더라도, 나름대로 진실된 상담을 통해서 몇몇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고, 결국 이러한 따뜻한 경험들이 나중에 이들을 구원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두 번째 장에서는 실제로 있는 노래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창작된 것이 아닐까?) “재생”이라는 노래와 관련된 에피소드였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하모니카 소리와 관련되어 이들(고헤이, 아쓰야, 쇼타)이 해준 조언은 실제 환광원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던 무명의 음악가에게 얼마나 크게 와 닿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어보았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대학교도 중퇴하고 힘든 시간들을 보냈을 테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음악활동을 해온 가쓰로씨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꿈을 이루도록 등을 떠밀어준 생선가게 주인인 아버지도 위대하다고 느껴졌다. 비록 고쓰야씨는 살아생전에 자기의 노래가 유명해지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자작곡이 남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디에선가라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 번째 장은 다카유키씨의 이야기이다. 다카유키씨는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의 아들이다. 이 부자는 남들에게는 알리기 어려운 마법 같은 이야기, 즉 나미야 잡화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공유하게 되는 사이이다. 잡화점의 주인인 유지씨 (맨 마지막 장에서는 환광원의 설립자의 연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아마도 나미야 유지가 맞을 것 같다. 아마도 그런 의도로 책을 쓰셨을 것 같다.)는 자신의 고민상담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게 이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조언이 잘못되거나, 혹은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으로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이를 확인해보고자 본인의 사망 후 약 30년째가 되는 해에 본인의 조언이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편지를 받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미래의 유지씨의 증손자가 되는 슌고씨가 큰 역할을 한다. 어찌보면 4대가 연관되어 있는 이 잡화점 이야기는 가족들과 사람들의 따뜻함을 느끼는 데 더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무튼 그런 이벤트에서 유지씨가 받을 수 있었던 편지들은 전부 따뜻한 감사의 인사였다. 실제로는 제 4장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야기들도 있었을 테지만, 고민 상담을 한 이들에게는 자신의 커다란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진심으로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위안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유지씨는 요즈음 세상에서의 어쩌면 심리상담가 같은 역할은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 4장의 이야기는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였다. 한 집안이 기우는 과정, 가족들간에 있을 수 있는 다툼과 반목,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부모님의 커다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에피소드였다. 실명과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고쓰케씨의 어린 시절의 대탈출과 환광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잡화점 할아버지의 말씀을 결국에는 지키기 못하고, 가족이라는 배안에서 탈출을 하게 된 고스케 씨는 지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미야 잡화점의 이벤트에 감사편지를 쓰게 된다. 이 에피소드가 가장 슬펐던 것 같은데, 결국에는 사람들간의 사랑과 용서를 느낄 수 있어서 아름다운 에피소드였던 것 같다.
마지막 장에서는 그 동안 나왔던 여러 명의 인물들이 연결되어 있는 에피소드였다. 환광원에서 잠시 생활을 했던 하루미씨의 에피소드였다. 하루미씨는 젊은 시절에 나미야 잡화점에서 고민상담을 하게 되었고, 이 때 받은 답변은 바로 좀도둑 3인방이 적은 편지였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주었고, 이를 믿고 따른 하루미씨는 현재 성공적인 여성 CEO가 되었다. 하루미씨는 환광원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데, 이를 오해한 좀도둑 3인방은 하루미씨가 환광원을 나쁘게 하려는 줄 알고 일부러 하루미씨의 집을 털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하루미씨의 핸드백 안에 있는 나미야 잡화점에 대한 감사편지를 읽고, 좀도둑 3인방은 자신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감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찰에 자수하기로 한다. 자수를 결정하고 나서 이 소설을 끝이 나고, 좀도둑 3인방이 결국 행복해졌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소설의 열린 결말에서 사람들은 위안을 받으며, 좀도둑 3인방의 행복을 빌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저자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주로 추리소설을 많이 쓰시는 분으로 알았는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정말 따뜻한 소설이었던 것 같다. 각각의 에피소드 속에 여러가지 복선들과 인물들이 결국에는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커다란 줄기에서 연결되고 해결되는 것을 보면서 참 대단한 작가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잘 읽었고 오랜만에 따뜻한 소설을 읽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선물을 해준 분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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