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독후감 *^^*

한때 소중했던 것들 (저자: 이기주)

Felix89 2022. 11. 3. 15:05

<책을 건네며> 가장 소중한 것이 가장 멀리 떠나기가기에

<1. 추스리다>

크게 그리고 천천히 자라다오 / 바람이 실어나르는 것 / 내가 네 편이 되어줄 테니 / 사랑이 보이네 / 서로를 향해 빠져드는 순간 / 누구나 두 번째 인생을 겪는다 / 욕 나무 / 적당한 두려움에 관하여 / 우리가 첫눈을 기다리는 이유 / 사랑을 표현하고 상처를 감지하는 일 / 가장 소중한 발음 / 마음에 박힌 못을 빼내는 일 / 남을 완벽히 이해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므로 / 자전거 타는 법과 인생의 차이 / 선택과 이유 / 다른 사람의 정원에 핀 꽃 / 욕심 / 사람 마음엔 나무가 자란다 / 핑거 테스트 / 시간이 필요하나는 말 / 눈물의 효용

<2. 건네주다>

사랑은 내 시간을 건네주는 일 / 감정과 생각의 총합 / 우리 모두는 수집가 / 기운이 아니라 기분으로 / 밤마다 서성이는 그림자들 / 부모의 마음에서 눈덩이처럼 굴려지는 것 / 그리움을 품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 취향은 영혼의 풍향계 / 오만과 편견 /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 / 그릇 / 진실에 가까운 말 / 꼭 가야만 하는 길 / 당신을 향하여 기울어질 때 / 슬픔과 기쁨의 물결 / 대갚음 / 침묵과 말 사이 / 가을에 가을하다 /

<3. 떠나보내다>

더 애타게 그리워했기에 / 춤과 멈춤 / 라라랜드 그리고 윤회 / 인연 혹은 악연 / 기억의 후각 / 애써 지켜야 하는 것이라면 / 호칭을 빼앗길 때 / 이분법의 감옥 / 그리운 것의 속성 / 꽃이 지는 속도로 잊을 순 없기에 / 어둠을 매만지는 일 / 부모는 자식 대신 울어주는 사람 / 우리가 알아볼게요 / 거울 / 울음 / 이별은 멀리 떨어져 서로의 별이 되는 것 / 점묘화 / 잘 떠나보내기 / 정말 아름다운 것의 속성

<글을 닫으며> 마음에 햇살이 어른거리지 않으면 언제나 겨울


  오랜만에 집안 청소를 하려고 모아두었던 책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몇몇 책들을 사두고 잊어버려서 읽지 못한 책들이 있었고, 그 중 한 권이 이 책이었다. 이기주 작가님의 책들을 읽은 적이 있었고, 글의 품격 독후감을 다시 읽어보니 이 책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읽어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마침내 읽게 되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는 작가님의 글에는 따뜻함이 있는 것 같다. 글을 쓰는 것도 예술의 일종인 것 같다. 요즈음 출근하는 병원에는 로비에 매달 새로운 그림들을 전시해 놓아서 항상 잘 감상하고 있는데, 11월달은 예쁜 꽃 그림들로 가득해서 꽃밭을 거니는 느낌이 드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글의 숲 속을 거니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글의 숲이라니 정말 멋진 표현인 것 같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도 보았지만, 작가님은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 그리고 때로는 길이나 병원에서 만난 다른 인물들을 잘 관찰하고 그 순간의 아름다움들을 잘 포착하여 글로 남기시는 것 같다. 그리고 다양한 언어, 문자가 같은 의미나 속성 등을 삶과 잘 풀어내시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인가 어색하거나 거슬리는 느낌 없이 안온함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항상 기쁘고 따뜻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별이나 죽음 등과 같이 어쩌면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에서도 마냥 슬프고 무겁지 않은 기분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져서 좋았고, 역시 마음에 남는 글귀들을 남겨보고 싶다. 글 자체도 좋지만 이렇게 남긴 것보다는 책 속에서 하얀 여백과 함께 다시 곱씹어 보는 게 정말 좋은 것 같다. 나중에 꼭 다시 한 번 책을 읽어보아야겠다.


p.13 무릇 가장 소중한 것이 가장 먼 곳으로 떠나간다. 그러므로 서로가 세월이라는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전에, 모든 추억이 까마득해지기 전에,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들을 부단히 읽고 헤아려야 한다. 여전히 많은 것이 가능하다. 우린 늘, 다시 시작할 수 있다.

p.30 세월 앞에서 우린 속절없고, 삶은 그 누구에게도 관대하지 않다. 다만 내 아픔을 들여다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린 꽤 짙고 어두운 슬픔을 견딜 수 있다. “모두가 널 외면해도 나는 무조건 네 편이 되어줄게하면서 내 마음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p.50 ‘적당한 두려움적당히 두려움을 느낄 때 마음에서 무모함과 지나친 낙관주의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러면 두려움은 곧 진지함이 되고 진지함은 곧 일의 동력이 될 수 있죠.

p.63 타인이 망치로 내 가슴팍에 때려 박은 못을 발견하면 피를 철철 흘리더라도 스스로 못대가리를 잡아당겨서 빼내는 일, 그런 과정을 되풀이 하는 것이야말로 세월을 견디는 방법이 아닐까 하고.

p.74 그저 우린 삶의 번민과 슬픔을 가슴에 적당히 절여둔 채 살아온 날들을 추진력 삼아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닐까

p.117 자식의 말과 글은 허공으로 흩어졌다가 부모의 귀에 모여든다. 그렇게 모여진 것은 뒷산을 흐른 냇물이 마을을 가로질러 큰 강으로 흘러가듯, 부모의 마음으로 죄다 흘러들어 가서 부모의 삶과 한데 비벼진다. 부모는 그 덩어리를 기억 속 어딘가에 고이 간직한 채 꾸역꾸역 살아가는 사람이다.

p.128 취향은 영혼의 풍향계이자 인간 그 자체다. 타인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은 한 개인을 알아가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취향을 존중하는 자세야말로 사랑을 표현하는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p.133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았을 법한 일이 있다. 그저 세월이라는 망각의 강물에 떠내려가도록 방치해야 하는 일들이.

p.140-141 세상에서 가장 예리한 언어는 더러운 욕설이나 큰소리로 내지르는 말이 아니다.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쉽게 말해주지 않는 진실에 가까운 말, 사실이나 이치에 어긋남이 없는 말이 가장 날카로운 언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건대, 가장 진실한 말과 문장에 내 마음은 가장 깊게 베이곤 했다.

p.187 가끔은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세월의 상류에서 하류로 흘러가다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은밀한 어딘가에서 촘촘한 그물망에 걸려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p.210 살아간다는 것은 어두운 터널 속에서 자기만의 빛을 발견하고 그것을 향해 걸어가는 일인지 모른다. 빛을 발견하려면 빛만 응시해선 안 되니 않나 싶다.